캠핑이 고가 취미가 된 이유: 19년 차 캠퍼가 느낀 2026년의 민낯

1. 3만 원짜리 원터치 텐트가 주던 진정한 자유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저에게 캠핑은 이름만큼이나 가벼운 ‘즉흥적 일상’이었습니다. 당시 이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원터치 텐트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죠. 자전거 뒷자리에 텐트를 싣고 발길 닿는 대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이름 모를 공원이나 해변이 곧 나의 집이 되던 시절, 그때의 낭만은 장비의 가격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2인용 작은 텐트에 몸을 구겨 넣고, 오직 핫팩과 침낭에 의지한 채 영하의 칼바람을 견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남들은 “사서 고생한다”며 혀를 찼지만, 친구와 끓여 먹던 라면 한 그릇에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던 그 시절의 캠핑은 단순하고도 명확한 ‘행복’이었습니다.

2014 소박한캠핑
2014년 송도 LNG기지에서의 추억

2. 2026년, 이제는 ‘부담’과 ‘경쟁’의 장이 되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제가 느끼는 필드에서의 하룻밤은 부담 그 자체입니다. COVID-19라는 특수한 상황은 해외여행의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독립된 공간인 야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었던 자유는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 달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예약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는 구조, 한 달 뒤의 날씨도 모른 채 미리 자리를 선점해야 하는 현실이 과연 진정한 휴식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렵게 찾은 빈자리는 대개 ‘캠핑 빌런’이라 불리는 무질서한 이들의 소음으로 가득 차기 일쑤입니다.

3. 입문 비용 300만 원, 호텔 숙박비와 맞먹는 하룻밤

이제 가족과 함께 이 세계에 발을 들이려면 상당한 경제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4인 가족 기준, 소위 ‘가성비’라 불리는 구성으로만 준비해도 초기 비용 300만 원은 가볍게 넘어갑니다.

거실형 텐트부터 시작해 테이블, 체어, 침낭, 매트, 버너, 코펠, 그리고 동절기를 위한 난로와 워터저그까지. 여기에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감성’을 한 스푼 얹으려 하면 지갑은 텅 비고 자동차의 트렁크는 터져 나갑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SUV 판매실적을 올리는 데 이 붐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과거 1박에 2~3만 원이던 이용료는 어느덧 5~7만 원을 넘어, 프리미엄급은 10만 원을 상회합니다. 내가 내 장비를 가져가서 내 노동력으로 텐트를 치는데, 지방 3~4성급 호텔 숙박비와 비슷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1박 4인 가족 기준 예상 지출]

  • 캠핑장비: 약 300만 원(초기 투자)
  • 캠핑장비 유지비(1박 기준): 6만 원
  • 식비 및 부대비용: 20만 원
  • 유류비: 8만 원
  • 연료비(장작/등유): 2원
  • 총계: 약 36만 원 (1박 비용)

지방 3~4성급 호텔 가격과 맞먹는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는 5x8M의 빈 땅에서 ‘노동’을 삽니다.

4. 노동과 휴식의 모호한 경계: 1박 2일의 굴레

오후 2시에 입실해 땀 흘리며 집을 짓고 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뭅니다. 저녁 한 끼를 차려 먹고 정리하면 어느새 샤워실 마감 시간과 매너 타임의 압박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을 부랴부랴 씻기고 잠자리에 들면, 낯선 야외 소음에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합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잠시, 11시 퇴실을 위해 다시 모든 짐을 테트리스하듯 차에 밀어 넣어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으며 “우리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했나”라는 허탈함이 밀려옵니다. 중고 장터에 ‘1~2회 사용 풀세트’가 무더기로 올라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5. 중독과 매력 사이: 그럼에도 떠나는 이유

1박에 식비, 유류비, 연료비 등을 합쳐 약 36만 원을 쓰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와도, 일주일쯤 지나면 마법처럼 다시 캠핑 카페를 들락거리게 됩니다.

“그때 그 장비가 문제였어.” “이 조명만 있으면 더 완벽했을 거야.”

이런 자기합리화는 중복 투자와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2~3년 뒤에는 장비에만 천만 원을 쏟아부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짐을 싣기 위해 차를 바꾸는 지경에 이르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진 셈입니다.

6. 캠핑 문화의 미래와 씁쓸한 불협화음

현재 해당 시장은 과잉 생산된 재고와 경기 침체로 신생 브랜드들이 고사하고 대기업조차 휘청이는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용객들은 높은 가격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고퀄리티 시설을 원하고, 운영자는 수익성 문제로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불편함을 즐기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노지는 차박과 카라반으로 인해 몸살을 앓다 폐쇄되었고, 진정한 힐링을 찾아 떠난 백패커들은 산속으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몰상식한 행동들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산야에서 텐트를 치는 행위 자체가 전면 금지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합니다.


마치며: 당신에게 캠핑은 무엇입니까?

저에게 이 활동은 ‘집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36만 원을 들여 고생하고 돌아온 집 거실이 얼마나 아늑한지, 따뜻한 온수가 나오는 화장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기 위해 떠나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지금은 변질된 시장과 고가 취미라는 오명 속에 있지만, 우리가 처음 텐트를 샀을 때 가졌던 그 순수한 마음—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휴식—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P.S.

25년도 가을에 다녀온 대단히 만족스러웠던 자연속 힐링 캠핑 사진을 투척하며 글을 끝냅니다. 높은 고지에서 기막힌 veiw를 내려다보며 조용한 힐링을 느낄 수 있었더 재오개캠핑장입니다.

자연속 힐링
자연속 힐링을 잘 체험했던 재오개캠핑장에서.
자연속 힐링
자연속 힐링을 잘 체험했던 재오개캠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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