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년의 비극(돈의가치) : 김밥은 150% 올랐고, 내 월급은 10% 올랐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 식사만큼 화폐 가치의 하락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10년 전, 사회 초년생들이 부담 없이 찾던 김밥 한 줄은 1,500원에서 2,000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지금, 우리는 김밥 한 줄에 5,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무려 150%의 상승입니다.
반면, 강소기업 신입사원의 연봉을 살펴볼까요? 10년 전 3,000만 원 수준이었던 연봉은 현재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 3,200만~3,40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작 10% 남짓한 인상입니다.
10년 전에는 만원 한 장이면 김밥, 라면, 떡볶이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김밥과 라면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득이 화폐 가치 하락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기억의 부재’가 낳은 무서운 익숙함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세대들입니다. 그들은 과거의 물가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비정상적인 물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신입사원 시절 월 230만 원을 받을 때는 월세를 내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급여의 50% 이상을 저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게 같은 저축률을 바라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화폐 가치 하락의 본질을 간과한 채, 청년들의 낮은 저축률을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3. 삼성전자 14만 원의 함정 : 환율이라는 가면

현재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향해 가고, 삼성전자가 148,000원을 기록하며 환호성이 들립니다. 2021년 9만 원대 고점에서 3년을 버틴 분들은 수익률 100%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기축통화 대비 가치’**를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 2021년 고점: 삼성전자 91,000원 / 환율 1,100원
- 2026년 현재: 삼성전자 148,000원 / 환율 1,470원
주가는 163% 상승했지만, 동시에 원화 가치는 134% 하락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을 제외하고 나면, 5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틴 끝에 손에 쥔 실질 수익은 25~30% 남짓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S&P500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지수 자체의 상승분(145%)에 환율 상승분(134%)이 더해지는 ‘더블 수익’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심만 가졌어도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영역입니다.
4. 결론 : 우리는 어떤 나라의 실물 자산을 가질 것인가?
미래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글로벌 시장은 점점 더 많은 돈을 풀 것이고, AI를 통한 생산성 증대와 GDP 성장을 기반으로 부채율을 관리하려 할 것입니다. 부채 액수는 그대로지만 통화량이 늘어 화폐 가치가 희석되면, 상대적으로 부채의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고 화폐 가치를 희석하는 시대에,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내 노동의 가치를 어느 나라의 실물 자산으로 치환해 보관할 것인가?”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화폐 가치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